지난 6월 27일 2시, 국회의원회관 제 1세미나실에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프론테오는 2011년부터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국제 소송 과정에서 이디스커버리(전자증거개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제도를 경험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좋은 기회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를 위한 정책 토론회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과 한국법조인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 국재중재 전문 변호사, 이디스커버리 전문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발제 및 토론자로 참여해 미국 등 영미법 국가의 디스커버리제도 및 독일, 일본 등의 유사 제도를 살펴보고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 필요성과 입법방향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조응천 의원은 "민사소송에서 입증 책임은 주로 피해를 주장하는 원고 측에 있는데 대부분의 증거는 피고 측인 국가나 기업, 의료기관 등에 있습니다. 이러한 증거의 구조적 편재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까 사건 자체가 진위불명의 상태가 되고 또 패소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라며 현행 민사소송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김정욱 한국 법조인 협회장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은 자기 사건의 증거에 대한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나머지 실체적 진실과 동떨어진 판결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며,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그러한 약자들의 방어권 행사, 권리 실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프론테오코리아도 민간전문가로서 발제에 참여했는데요. 2011년부터 이디스커버리(전자증거개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약하며 경험한 제도의 개념 및 절차, 현재 국내 기업들의 디스커버리 대응에 있어서의 문제점,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도입시 유의해야 할 점 및 이에대한 해결책을 제안했습니다. 현장에서 법조관계자, 정부관계자, 입법관계자, 민간관계자까지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제도 도입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다양하고 좋은 의견들이 많이 논의된 만큼 이러한 사항들이 입법에 반영되어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도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 소 제기 전 증거조사 제도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는 영미법계 국가의 민사소송 필수 절차인 디스커버리 제도와 유사한 증거조사 절차를 말합니다. 본격적인 심리 전 원고와 피고 양측이 가지고 있는 관련 증거. 즉 서로의 패를 모두 공개해 잘잘못을 가려내는 과정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되는 소송의 약 95% 이상은 증거개시 이후에 합의형태로 종결되는데, 드러난 증거만 가지고도 쟁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합리적인 배상금액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안 소송까지 가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마무리되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증거'가 중요한만큼, 소송에 불리한 증거를 일부러 훼손하거나 제출을 지연하는 경우에는 최대 패소까지 받을 수 있는 엄격한 패널티 정책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민사소송에서는 변론주의 원칙에 따라 원고(소를 제기한 측)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억울함과 피해 상황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직접 찾아 제출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핵심 증거나 정보는 증명 책임이 없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에도 증거 수집을 위한 ‘문서제출명령’, ‘증거보전제도’ 등 명문화 되어 있지만 제재 규정 미흡 등으로 인해 충분한 증거 수집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몇해 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나, 외제차 화재 사고 등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피해자들은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피해사실' 이외에 이를 입증할만한 자료는 없습니다. 문제의 원인도, 책임 증명에 필요한 자료도, 배상 금액을 책정하기 위한 데이터들도 전부 피소 기업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소송에 불리하기 때문에 이를 감추고 은폐합니다. 이러한 증거의 구조적인 편재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 등 사회적 약자들은 자기 사건에 대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내몰리게 되고 실체와 동떨어진 판결을 받습니다.
이러한 증거 조사 절차의 문제점은 비단 원고와 피고 사이의 정보의 불균형 문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분쟁 초기 단계에서의 정확한 증거 수집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소송 절차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증거 수집' 절차가 약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증거 수집을 목적으로 형사 고소 및 고발을 남발하게 되는 민사사건의 형사화가 지속되고 있어 공무에 방해를 받기도 하고, 불필요한 인력 낭비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면 정보, 증거 등 소송 자료에 양 당사자가 대등하게 접근이 가능해져 쟁점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져 합의를 촉진 법원에서 개입하지 않아도 당사자들끼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제도 시행으로 증거 수집 절차가 보편적으로 길어지면 변호사 비용의 증가가 있을 수 있고, 상대를 괴롭힐 목적으로 제도를 남용하는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로스쿨 을 통해 법조 관련 인력이 많이 배출되었고, 리걸테크 관련 기술도 발달하는 등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가 마련되고 있는 만큼 보완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논의를 통해 국내에 도입되어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6월 27일 2시, 국회의원회관 제 1세미나실에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프론테오는 2011년부터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국제 소송 과정에서 이디스커버리(전자증거개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제도를 경험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좋은 기회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를 위한 정책 토론회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과 한국법조인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 국재중재 전문 변호사, 이디스커버리 전문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발제 및 토론자로 참여해 미국 등 영미법 국가의 디스커버리제도 및 독일, 일본 등의 유사 제도를 살펴보고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 필요성과 입법방향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조응천 의원은 "민사소송에서 입증 책임은 주로 피해를 주장하는 원고 측에 있는데 대부분의 증거는 피고 측인 국가나 기업, 의료기관 등에 있습니다. 이러한 증거의 구조적 편재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까 사건 자체가 진위불명의 상태가 되고 또 패소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라며 현행 민사소송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김정욱 한국 법조인 협회장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은 자기 사건의 증거에 대한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나머지 실체적 진실과 동떨어진 판결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며,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그러한 약자들의 방어권 행사, 권리 실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프론테오코리아도 민간전문가로서 발제에 참여했는데요. 2011년부터 이디스커버리(전자증거개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약하며 경험한 제도의 개념 및 절차, 현재 국내 기업들의 디스커버리 대응에 있어서의 문제점,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도입시 유의해야 할 점 및 이에대한 해결책을 제안했습니다. 현장에서 법조관계자, 정부관계자, 입법관계자, 민간관계자까지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제도 도입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다양하고 좋은 의견들이 많이 논의된 만큼 이러한 사항들이 입법에 반영되어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도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 소 제기 전 증거조사 제도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는 영미법계 국가의 민사소송 필수 절차인 디스커버리 제도와 유사한 증거조사 절차를 말합니다. 본격적인 심리 전 원고와 피고 양측이 가지고 있는 관련 증거. 즉 서로의 패를 모두 공개해 잘잘못을 가려내는 과정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되는 소송의 약 95% 이상은 증거개시 이후에 합의형태로 종결되는데, 드러난 증거만 가지고도 쟁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합리적인 배상금액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안 소송까지 가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마무리되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증거'가 중요한만큼, 소송에 불리한 증거를 일부러 훼손하거나 제출을 지연하는 경우에는 최대 패소까지 받을 수 있는 엄격한 패널티 정책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민사소송에서는 변론주의 원칙에 따라 원고(소를 제기한 측)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억울함과 피해 상황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직접 찾아 제출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핵심 증거나 정보는 증명 책임이 없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에도 증거 수집을 위한 ‘문서제출명령’, ‘증거보전제도’ 등 명문화 되어 있지만 제재 규정 미흡 등으로 인해 충분한 증거 수집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몇해 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나, 외제차 화재 사고 등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피해자들은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피해사실' 이외에 이를 입증할만한 자료는 없습니다. 문제의 원인도, 책임 증명에 필요한 자료도, 배상 금액을 책정하기 위한 데이터들도 전부 피소 기업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소송에 불리하기 때문에 이를 감추고 은폐합니다. 이러한 증거의 구조적인 편재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 등 사회적 약자들은 자기 사건에 대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내몰리게 되고 실체와 동떨어진 판결을 받습니다.
이러한 증거 조사 절차의 문제점은 비단 원고와 피고 사이의 정보의 불균형 문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분쟁 초기 단계에서의 정확한 증거 수집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소송 절차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증거 수집' 절차가 약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증거 수집을 목적으로 형사 고소 및 고발을 남발하게 되는 민사사건의 형사화가 지속되고 있어 공무에 방해를 받기도 하고, 불필요한 인력 낭비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면 정보, 증거 등 소송 자료에 양 당사자가 대등하게 접근이 가능해져 쟁점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져 합의를 촉진 법원에서 개입하지 않아도 당사자들끼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제도 시행으로 증거 수집 절차가 보편적으로 길어지면 변호사 비용의 증가가 있을 수 있고, 상대를 괴롭힐 목적으로 제도를 남용하는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로스쿨 을 통해 법조 관련 인력이 많이 배출되었고, 리걸테크 관련 기술도 발달하는 등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가 마련되고 있는 만큼 보완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논의를 통해 국내에 도입되어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